하노이 2/8일차

기본적으로 식도락 위주의 여행을 계획한 우리는, 아침식사도 호텔에서 무상제공하는 빵으로 때울수는 없었다. 물론 호텔 리뷰에 적힌 빵이 말라비틀어졌다는 말도 한몫 했을것이다.

Pho Bo Co Liem

Pho Chin

Quoy

전날 점심을 먹은 식당 바로 옆의 Pho Bo Co Liem으로 향했다.
베트남에 와 처음으로 맛보는 쌀국수였다.
베트남 쌀국수는 메뉴판 사진과같이 고기 부위에 따라 메뉴명이 정해진다. Pho Tai, Pho Chin과 같이 말이다.
소고기가 들어간 쌀국수의 총칭은 Pho Bo, 닭고기가 들어가면 Pho Ga라고 부르는 모양이었다.
또한 가게 간판에는 대부분 판매하는 메뉴와 가게 주인의 이름이 들어간다고 한다.
Pho Bo Co Liem은 "Liem씨(Ms. Liem)네 소고기 쌀국수" 정도가 되겠다.

우리는 가장 평범해보이는 Pho Chin을 주문했다.
고수를 넣지 말아달라는 말과 함께.
국물을 한스푼씩 떠먹고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의 휘둥그래진 눈을 잠시 쳐다봤다. 무척이나 진한 국물과, 부드럽게 푹 익혀진 고기의 조화가 너무나 좋았다.
전날 마신 얼마 되지도 않는 맥주가 깨는 기분이었다.
면과 야채를 다 건져먹고, 바구니에 담긴 Quoy도 국물에 찍어 다 먹었다.
근데 그것도 5만 VND로 따로 계산되는 모양이었다.

Coconut Coffee

White Coffee

베트남은 한국의 절반정도 가격으로 커피를 사먹을 수 있었다.
이것도 많이 오른거라고 했다.
가까운 곳에 있는 O Coffee 라는 곳에 가서 나는 화이트커피를 아내는 코코넛커피를 주문했다.
화이트커피는 커피믹스 맛이었다.
코코넛커피가 훨신 맛있었다. 고오급 더위사냥 느낌이었다.
O Coffee는 Aha Coffee 소속의 가게라고 했다.
실제로 판매중인 메뉴도 동일했다.

Bun Cha

잠시 숙소에 들러 채비를 하고 점심 식당을 찾아갔다.
식당에 가는 길은 위험천만했다.
여전히 거라에 가득 들어찬 오토바이들은 들짐성처럼 으러렁대고 경적을 울리고 있었다.
매연냄새로 매워지는 눈에 눈물이 맺혀가며 간신히 점심 식당으로 정해둔 Bun Cha Dac Kim에 당도할 수 있었다.

Bun Cha는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가 담긴 느억맘소스에 가는 쌀국수를 담가먹는 음식인데, 정확히 돼지갈비 맛이 났다.
돼지갈비 맛과 숯불향이 나는 소스에 마늘, 고추를 넣고 함께 나온 향채와 쌀국수를 적셔가며 먹고있노라니 어쩐지 돼지갈비가 먹고싶어지기도 했다.
조금 단 편이지만 그래도 충분히 맛있는 음식이었다.

Hoan Kiem Lake

탕후루

 

롯데리아

점심식사 후 하노이에서 가장 중요한 호안끼엠 호수를 처음 가봤다.
하노이의 유명한 맛집들의 상당수는 호안끼엠 호수의 북쪽과 서쪽에 인접해있는 구시가지(Old Quater)에 위치해있다.
중간에는 한글 간판에 한국음악을 틀어놓고 탕후루를 팔고있는 가게가 있었다.
뭔가를 좀 잘못 알고있는 모양이었다.

Ngoc Son Temple

호안끼엠 호수 북단에는 눈길을 끄는 빨간 다리가 있다.
물 위에 있는 Ngoc Son 사원으로 통하는 다리다.
부처가 아닌 무슨 장군을 모시는 사원으로, 현지 물가에 비하면 꽤 비싼 입장료를 받지만 그다지 볼만한건 없다.

호수를 둘러본 후 숙소로 가는 도중에 하노이 기찻길마을에 들렀다.
실제로 기차가 운행중인 철로인데, 이날은 기차는 못보고 입구부터 달라붙는 카페 호객꾼들만 실컷 봤다.
점심과 커피를 모두 해결했기에 간단히 구경만 하고 이동했다.

숙소 도착 직전에 식수를 사러 들른 Circle K 편의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매운소금에 찍어먹는 덜익은 망고"를 한팩 사왔다.
과일보단 마치 오이같은 맛인데, 별 맛 없는듯 하면서도 묘한 중독성이 느껴졌다.

Bun Bo Nam Bo

Nem Chua

수박주스

숙소에서 잠시 낮잠을 청하고, 저녁식사를 위해 다시 구시가지를 찾았다.
저녁메뉴는 베트남 비빔국수인 Bun Bo Nam Bo.
Bach Phoung 이라는 가게다.
Bun Bo Nam Bo 두그릇과 함께 Nem Chua를 주문했다.
바나나잎에 싸여 나왔는데, 짭짤한게 소시지같기도 하고 육포같기도 한 묘한 맛이었다.
맥주 안주로 딱일듯 했다.

이어서 메인디시가 나왔다.
자작한 국물에 담긴 향채 위로 국수와 다진 고기, 튀긴 샬롯과 절인 파파야가 올라간다.
테이블에 놓인 마늘식초와 후추를 뿌리고 주황색 소스병을 보며 넣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옆테이블의 프랑스인으로 보이는 여자 3명 중 한명이 말을 걸어왔다.
"That's spicy and really good."
감사인사를 하고 적당히 넣어봤다.
살짝 매콤한 향이 돌면서 더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되었다.

배가 불러 해가 진 호안끼엠 호수를 잠시 산책하다, 아내의 제안으로 Ta Hien 맥주거리를 방문했다.
이곳은 낮의 기찻길마을과는 상대도 안될만큼 호객행위가 심했다.
적당히 둘러보다 발 닿는 테이블에 앉았더니 간판에 "짠내투어"라고 적혀있었다.
가게 직원은 베트남식 해물육류 구이인 Phuc Lam을 권했지만 우리는 배가 불러 새우튀김과 맥주 한병씩만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객꾼들은 불편했지만 전세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맥주를 마시고있는 모습은 꽤 신선했다.

긴 하루를 보내며 조금은 익숙해진 하노이에서의 이틀째였다.